강의를 사는 나라, 제품을 만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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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AI 도구를 세계에서 제일 열심히 쓴다. 근데 뭘 만들었나?

트위터를 열면 바이브코딩 후기가 넘친다. 유튜브에는 “클로드 코드 완벽 가이드” 영상이 쏟아진다. 서점에서는 바이브코딩 책이 3쇄 찍고 IT 분야 1위를 달린다1.

숫자로 보면 한국의 AI 도구 열광은 진짜다. Claude Code 주간 활성 사용자가 4개월 만에 6배 성장했고, 세계에서 Claude를 가장 많이 쓰는 개인이 한국 개발자다2. Anthropic이 아태 세 번째 오피스를 서울에 열 정도로 이 시장은 뜨겁다2.

근데 한 가지 질문이 계속 걸린다. 이 열광으로 뭘 만들었는가?

SNS를 스크롤해보면 보이는 건 강의 링크, 수강 후기, “나도 해봤다” 데모 스크린샷이다. 실제로 사용자를 모으고, 결제를 받고, 돈을 버는 제품? 찾기 어렵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브라질의 마케터 Sabrine Matos는 개발 경험이 없다. Lovable이라는 바이브코딩 도구로 45일 만에 여성 안전 앱 Plinq을 만들었다. 사용자 10,000명, 연 매출 $456K3. 런던의 Sebastian Volkis도 비개발자다. Claude와 GPT로 고객지원 챗봇 ChatIQ를 만들었다. 사용자 11,000명3.

이 사례들이 특이한 게 아니다. 2026년 초 기준으로 바이브코딩 활성 사용자의 63%가 비개발자라는 분석이 있다4. 파운더, PM, 마케터가 직접 만들고 있다. 22살에 대학을 그만둔 Evan은 AI 일러스트 도구를 만들어 월 $1,700을 번다3. Pieter Levels는 3시간 만에 비행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월 $12K를 벌고 있다3.

한국은 이 도구들을 그 누구보다 많이 쓰면서, 이런 이야기가 안 들린다. 왜?

이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솔직히 이 패턴을 보면서 기시감이 들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스마트스토어였다. 두 달 만에 점포 6만 5천 개가 새로 열렸고5, “퇴근 후 스마트스토어로 월 200만 원 더 버는 비밀” 강의가 쏟아졌다. 수강생은 몰렸다. 근데 그 강의를 듣고 실제로 월 200만 원을 번 사람보다, 강의를 파는 사람이 더 많이 벌었다.

2021~2022년에는 구매대행이었다. 그다음은 유튜브 성장 강의였다. 대상만 바뀌었지 구조는 똑같다. 새로운 돈 되는 것이 등장하면 한국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반응한다 — 근데 반응의 형태가 “만들기”가 아니라 “배우기”다.

graph LR
  A[새 트렌드 등장] --> B[강의/책 폭발]
  B --> C[SNS 후기 확산]
  C --> D["나도 해봤다" 데모]
  D --> E[다음 트렌드로 이동]
  B -.->|드묾| F[실제 제품 출시]

에듀테크 시장이 10조 원에 달하고 패스트캠퍼스 혼자 연 매출 1,276억 원을 찍는 나라다6. “가르치기”가 “만들기”보다 확실하게 돈이 되는 시장 구조가 이미 갖춰져 있다. 바이브코딩도 그 구조 안에 흡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배우는 것에서 멈추고, 만드는 것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Stripe가 없는 나라에서 인디해커 하기

여기서 잠깐. “한국인이 안 만드는 건 성향 문제”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환경을 봐야 한다.

미국에서 사이드프로젝트로 돈을 벌려면 이렇다. Stripe 가입 — 5분. 결제 연동 — API 키 복사, 10분. 끝. 내일부터 결제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그다음 PG사에 가입 신청을 한다. PG사가 서비스를 심사한다. 통과하면 결제 페이지에 상호명, 사업자등록번호, 대표자명, 사업장 주소, 전화번호를 상시 노출해야 한다. 휴대폰 번호는 안 된다. 자체 PG를 등록하려면 자본금 10억 원 이상에 전산 전문인력 5명 이상이 필요하다7.

주말에 바이브코딩으로 뭔가 만들고 월요일부터 결제받겠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격차가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해외 인디해커는 “만들고 → 바로 팔고 → 피드백 받고 → 개선”하는 사이클을 일주일 안에 돌린다. 한국에서는 “만들고 → 사업자등록하고 → PG 심사 기다리고 → 한 달 후에 결제 연동하고” — 그 사이에 동기가 식는다.

앱인토스가 증명한 것

근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다.

토스의 앱인토스 플랫폼에서 비개발자 한 명이 2개월 만에 앱 21개를 출시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제미나이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Lovable로 개발하고, Claude Code로 마무리했다. 첫 수익은 700원이었지만 매달 늘어서 “중요한 수익 파이프라인”이 됐다고 한다8.

핵심이 뭐냐면 — 이 사람이 가능했던 건 토스가 결제, 배포, 마케팅 장벽을 전부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사업자등록? 토스가 대행한다. PG 연동? 플랫폼에 내장되어 있다. 사용자 확보? 토스 앱 안에 이미 수천만 유저가 있다.

환경이 바뀌자 한국인도 만들기 시작했다. 성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중요한 신호다. 만들 사람은 있는데 “만들고 바로 팔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던 거다. 인프라가 생기자 제품도 나왔다.

열광 다음에 와야 할 것

솔직히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찔린다. 블로그를 만들면서 기술 스택 고르고, 디자인 시스템 잡고, 콘텐츠 파이프라인 만들고 — 정작 글은 4개 썼다. 만드는 과정에 빠져서 만드는 것 자체를 잊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Claude Code 열풍은 에너지가 진짜라서 아깝다. 6배 성장하는 시장, 세계 1위 사용자를 배출하는 커뮤니티, 책이 3쇄 찍히는 관심도. 인프라는 바뀌고 있다. 앱인토스가 그 시작이고, 토스페이먼츠 같은 플랫폼이 장벽을 낮추고 있다. 근데 이 에너지가 강의 소비에서 끝나면 2년 뒤에는 “바이브코딩? 아 그거 한때 유행했지”가 된다. 스마트스토어가 그랬듯이.

이 에너지가 제품으로 바뀌면? 한국어권에서만 통하는 틈새 SaaS가 나올 수 있다. 한국 규제를 뼈저리게 아는 사람이 만든 도구가 나올 수 있다. 도구는 이미 충분하다. 열광도 충분하다. 부족한 건 “뭘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다음에 바이브코딩 강의 광고가 보이면, 그 강의를 만든 사람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이 도구로 당신은 강의 말고 뭘 만들었습니까?”

Footnotes

  1. 고시위크 — 클로드 코드 완벽 가이드 초판 품절·3쇄

  2. Anthropic — Seoul becomes third office in Asia-Pacific 2

  3. Everyday AI Blog — 5 Vibe Coded Apps Making Real Money 2 3 4

  4. Solveo — Reddit 1,000명 분석, via Everyday AI Blog

  5. 전자신문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 열풍, 두 달간 6만5000개 점포 개설

  6. 한국강사신문 — 패스트캠퍼스 연 매출 1,276억 원

  7. PortOne — PG 계약 요건 및 전자금융업 등록 기준

  8. 토스 앱인토스 블로그 — 비개발자 2개월 21개 앱 출시 후기